투시원근법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 쉬운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프로 화가나 디자이너 중에도 그리 많지 않죠.
이 투시원근법의 규칙을
간단 명료하게 보여 주는게 이 책의 목적입니다.
투시원근법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 책에서는 건물을 짓듯
기본도형을 쌓아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우리는 네모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골목 모퉁이부터 우리가 사는 집,
가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물이 사각형을 기본으로 하죠.
이를테면 책상 모서리는 언제나 직각이고,
그래서 어떤 방 모서리에 붙여도 꼭 맞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우리도 이렇게 모서리를 맞춰 물체를 쌓아 나갈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쓰면 투시원근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도 아주 쉬워집니다.
단순한 벽돌 하나 그리는 법만 확실히 배우면
무엇이든 그릴 수 있게 되니까요.
이 책에서는 투시원근법을 단계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상세한 그림을 넣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소 중복되는 내용이 있겠지만,
그건 그만큼 그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장 강조하고 싶은 개념은 '눈높이'입니다.
하늘을 나는 새의 눈으로 본 세계와
땅바닥의 지렁이가 본 세계는 전혀 다릅니다.
만원 전철 안에 키 180cm가량의 어른이 있다면
사람들의 얼굴과 머리카락, 모자나 어깨가 주로 보이겠지만,
그 사람 옆에 있는 키 120cm의 아이는
손과 장갑, 핸드백이나 웃옷 밑단 정도를 보게 되겠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을 보고 있지만,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세계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도 눈이 땅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눈높이야말로 투시원근법을 이용한 그림의 핵심이라 하겠습니다.
투시원근법은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써야 합니다.
이론에 너무 얽매여서 어색하고 딱딱해진 그림보다는
조금 허술해도 아름다운 그림이 낫습니다.
강에 다리를 놓으려면 먼저 튼튼한 틀을 설치해야 하지만,
완성하고 나면 틀은 해체
하고 우아한 다리만 남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본문 중에서)